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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0월 17일
-결말을 모호하게 처리해야 됐어야 한다는 다른 분들의 의견에 대동감. 너무 확신적으로 비춰서 맥이 빠진다고 해야 되나. -하여간 멋진 영화. 보다보면 숨이 막힐 정도이더군요. -의문점. 수제작은 분명 아닌 것 같은 외계 무기들과 파워드 아머 계열의 외계 로봇 병기는 어떻게 가져온 것일까요? 모선으로 접근 할 수 있는 항공기는 분명 인간의 것들 밖에 없음. 총 계열이야 사람들이 초기에 외계인 협조로 꺼내온 것이라고 쳐도 갱단에 파는 그 놈은 대체 어떻게 꺼내온 것이지? -그리고 인류가 아무리 허공에 떠있는 우주선이라고는 해도 그걸 그대로 놔둔다는 것이 좀 말이 안 됨. 외부에서 강제로 뚫고 들어갈 수 있었다면 모선의 기타 기계나 금속들은 충분히 인류의 기술력으로 분해 및 떼어낼 수 있다는 소리인데...그걸 각국의 기술자들과 군, 과학자들이 그대로 놔두었을까? 물론 분해해서 아무리 노력해도 "쓰바 이게 뭔 소리?" 라고 포기할 정도로 이해 못할 수 있겠지만(외계인과 대화가 잘 될정도로 언어에 능숙함에도!) 포기하지 전까지 모선은 논리적으로 인류의 손에 의해 여기저기 분해되고 뜯겨져나가고 해서 엉망이 되어야 말이 됩니다.
2009년 10월 06일
![]() -이제는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을 터미네이터4와 그에 따른 시리즈에 대한 모순점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뭐, 그래도 계속 생각이 나는 바가 있어 한 번 정리 및 제 나름대로의 가설을 풀어볼까 합니다. 이제 슬슬 DVD/블루레이 소식도 나오는 것 같기도 하고요.
바로 터미네이터-터미네이터2-터미네이터3-터미네이터4를 하나의 현재 진행되는 현실, 그러니까 영화 작중의 시간만이 오직 현실이며 하나로 연결되는 연대기로 보면 된다는 겁니다. 영화상에서 나오는 미래의 모습이라던가 카일 리스, 그리고 터미네이터가 말하는 미래의 정보, 그런 회상 혹은 상상은 영화상의 현재와는 전혀 별개의 허상으로 보면 됩니다. 그러니까 이런 거죠.
그를 통해 이런 저런 정보를 얻게 되고 사랑을 나누어 아이를 임신합니다. 그 이름은 존 코너가 되지요. 그리고 터미네이터와 혈투를 나누게 되며 그 잔해는 사이버다인 사의 손에 넘어가 스카이넷 시스템의 개발 토대가 됩니다. 이렇게 미래에서 왔다고 말하는 두 존재가 현실 1에 영향을 끼치게 됩니다. 뭐, 이것 자체가 현실 1의 역사일 수 있지요. 이 시점에서 미래에서 온 둘은 현실 1의 미래일 가능성은 있지만 전혀 별개의 세계에서 온 존재일 가능성 역시 있습니다. 자, 그리고 1991년 존 코너가 성장합니다. 84년의 경험과 카일 리스의 말로 사라 코너는 존 코너를 미래의 성장 지도자로 키우려고 했고 이런 저런 갈등과 함께 지금은 정신 병원에 있지요. 그리고 또 미래에서 왔다고 말하는 두 존재가 그들 앞에 나타나 현실 1에 영향을 끼치게 됩니다. 그들이 말하는 미래의 역사 정보를 바꾸기 위해 사이버다인 사를 폭파하고 만들어지고 있던 스카이넷 시스템의 완성을 저지하게 됩니다. 미래를 바꾼 것일까요? 그럴 가능성도 여전히 있지만 실상은 현실 1에 사건이 일어난 것뿐입니다. 2의 시점에서 여전히 그들은 미래를 모릅니다. 다만 안다고 착각하고 있을 뿐이죠. 그리고 터미네이터 3의 시간대에 와서는 존 코너는 여전히 미래에 대한 공포로 두려워하면 방랑자로 떠돌아다니게 됩니다. 사이버다인 사의 시스템은 공군이 인수하면서 전혀 새로운 네트워크 시스템으로 발전, 개발되게 되고요. 그리고 또 다시 미래에서 왔다고 말하는 두 존재들이 나타납니다. 그들이 뭐라고 말하는 역시 상관은 없습니다. 앞으로 다가올 미래는 그들이 이 세계에 개입하면서 사라진 것이나 마찬가지니까요. 여전히 미래는 불확실하며 아무도 모릅니다. 3의 시점은 오로지 관객이 보고 있는 현재 시점만을 보여줄 뿐입니다. 현실 1에 온 과학을 초월한 터미네이터들은 그들이 시간을 건너오면서 사라진 미래에서 왔을 수도 아니면 그저 다른 대체미래에서 건너왔을 겁니다. 그들이 말하는 현재와 미래는 연결되어 있지 않는다고 저는 확신합니다. 이걸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 존 코너와 함께 저항군을 이끌 다른 부관급 사람들을 암살하고 스카이넷의 개발진을 몰살시키는 부분이지요. T-X는 미래를 바꾸기 위해 그런 일을 저질렀겠지만 현실 1의 시점에서는 외부 존재의 개입이 있기는 해도 그것 자체가 하나의 현실 흐름이자 역사인 것입니다. 자, 어쨌거나 미래에서 온 터미네이터가 심판의 날이 지연되었다고 뭐라 말하는 것에 상관하지 말고 이제 현실 1에 심판의 날이 온 것을 알아두면 됩니다. 그리고 터미네이터 4에 와서 역시 여러 모순점들이 제기되었지요. 먼저 스카이넷이 어떻게 카일 리스가 존 코너의 아버지라는 정보를 알아냈는가하는 점. 이건 터미네이터 3에서 T-X를 통해 설명이 됩니다. 단순히 1, 2편에서 “사라 코너/존 코너를 죽인다” 만 멍청하게 하던 것과는 달리 존 코너는 물론 주 목표지만 그와는 별개로 부가적으로 스카이넷에 위협이 되는 존재들을 제거합니다. 그리고 그건 성공하지요. 아마 이렇게 능동적으로 나가는 것으로 봐서는 분명 위성이라던가 컴퓨터 네트워크에 미래의 정보를 전달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카일 리스가 존 코너의 아버지라는 정보는 T-850을 해킹, 제압 및 복속하는 과정에서 얻어냈을 가능성이 크겠군요. 현실 1은 이렇게 미래에 왔다고 말하는 초과학적 존재들의 외부 영향을 받아 그 현실적 시공간선을 전개해온 독자적 타임 라인입니다. 1, 2, 3에서 자칭 미래에서 온 녀석들이 미래에서는 이러저러하다고 말해도 그건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들이 현실 1에 온 시점에서 이미 그들의 세계는 존재하지 않는 허상으로 변해버린 것이니까요.
터미네이터 3에서 T-850(아놀드의 모습을 한)은 자신이 미래에서 존 코너를 암살하는데 성공한다고 말합니다. 바로 2의 유년기에서 얻은 감정적 경험을 이용해서 말이죠. 네, 바로 이것 때문에 4에서 존 코너는 아놀드 모습을 한 터미네이터를 봐도 조금 놀라는 기색을 보이긴 해도 감정적으로 큰 동요를 일으키지는 않습니다. 3에서 아놀드 모습을 한 놈이 어느 미래에서 그 모습을 이용해 자기를 죽인다는 정보를 얻었으니 당연히 그것을 마음에 담아두고 경계를 하겠지요. 역시 T-850은 현실 1의 역사가 흘러가는 데에 있어 영향은 끼치지만 T-850의 미래와 현실 1의 미래는 전혀 별개임을 뒷받침해줍니다. 그리고 터미네이터 4에 나온 카일 리스와 터미네이터 1에 나온 카일 리스는 전혀 별개의 인물임에 틀림없습니다. 먼저 1에서 카일 리스가 말해준 존 코너가 자신을 수용소에 구해준 경험담이 4와 많이 다르다는 점과 마커스에 대한 언급이 없다는 점이 그것입니다. 터미네이터 4의 시점에서 현실 1의 사건과 경험을 한(터미네이터 2-3) 존 코너는 여전히 과거와 미래가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은 하지만 일부 혼란스러워하는 면모도 보여주는 걸로 봐서(어머니는 심장이 달린 기계에 대해 말해주지 않았다는 것 언급, 전쟁이 끝나려면 멀었는데 전쟁을 한 번에 끝낼 수 있는 개념 등장에 따른 의아함 등) 서서히 그 생각을 수정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일부 사람들에게는 분위기는 “스카이넷, 물리쳤다!” 분위긴데 막판에 여전히 스카이넷의 글로벌 네트워크는 건재하다하는 뜬금없는 소리로 황당함 감추지 못하게 만든 막판의 대목에 대해서도 약간 억지라고는 해도 마커스 라이트와 관련해 설명이 가능합니다. 먼저 마커스 라이트는 사이보그 유닛입니다. 뇌와 심장이 살아있지요. 사이버다인이 마커스에게 인체 실험을 권유한 걸로 봐서는 사이버다인 자체가 1의 T-800 잔해에서 얻어낸 칩으로는 스카이넷 시스템을, 기계팔로는 인공 보철 계열의 인공 장기를 동시 연구했던 것 같습니다. 공군이 인수하면서 슈퍼 솔져 비슷하게 그 개념을 더 발전 시켰겠지요 아무래도. 여기서 다시 터미네이터 3에 대해 말해야겠군요. 제 생각에 4의 스카이넷은 아무래도 복수의 인공 지능 컴퓨터가 연결된 하나의 거대한 네트워크 개념 같습니다. 하나의 인공지능 거점이 박살나도 네트워크적 통합 의식체는 건재하고 회복 가능하지요. 아마 4에서 박살난 녀석도 스카이넷 네트워크에 소속된 하나의 거대한 인공 지능체였을 겁니다. 북미 중서부인지 동부인지는 몰라도 하나의 지역을 총괄하는 일종의 지부장일까나요? 그래서 네트워크 전체와는 별개로 독자적으로 마커스 라이트를 이용해 존 코너를 꾀어내고 죽이려 시도했지요. 이 컴퓨터는 터미네이터 3에서 T-X가 전해준 미래의 정보를 입수하고 그 영향을 받았을 겁니다.(3를 보면 네트워크가 먼저 나타났습니다. 각 지역을 지배하는 거점 인공지능 컴퓨터는 나중에 등장했겠지요.) 카일 리스와 존 코너의 우선적인 암살(이 시점에는 아직 저항군이 말 그대로 저항하는 수준이고 미래 전쟁이 막 시작된 시점입니다. 스카이넷이 존 코너를 암살할 정도로 수세에 몰리거나 하지는 않았죠) 명령, 그리고 4의 스카이넷과는 분명 별개의 미래 시점의 스카이넷들이 3 때 보낸(아마 1, 2의 미래와도 느슨하게 연결된 미래 시점) 터미네이터들의 실패 원인으로 완벽한 기계로는 계속 실패한 점을 분석-고려해 뇌와 심장이 달린 사이보그의 활용, 아놀드의 얼굴을 한 T-850이 미래의 어느 시점에서 존 코너의 암살에 성공한다는 점을 이용해 아놀드 모습을 T-800을 존 코너를 유인한 함정에 준비해두기(설정상으로 101모델인 아놀드 얼굴 T-800이 너무 빨리 나왔다고 생각하시지 않았나요? 그 의문의 답이 아마 이걸 겁니다.) 등. 나중에 잠수함에서 골로 간 아이언사이드 장군은 그 신호로 스카이넷 전체를 제압할 수 있다고 생각했겠지만 아직 전쟁이 끝나려면 멀었다고 알고 있는 존 코너는 자신들이 활동하는 지역을 지배하는 스카이넷 네트워크의 구성 거점 인공지능을 박살내는 것이 전부라고 이미 알고 있었을 겁니다. 그것만으로도 전황이 저항군에게 유리해진다면 존 코너 입장에는 득이라고 판단했겠지요. 아마 카일 리스와 터미네이터들을 현실 1으로 보내게 만든 그 방법은 미래에서 과거로 가는 시간 여행이 아니라 전혀 다른 별개의 평행 차원의 과거로 가는 것이 아니었나 생각이 듭니다. 그 똑똑한 스카이넷이 몰랐다면 바보겠지만 알았다면 아마 다른 평행 차원의 역사를 스카이넷이 이기게 만든다면 그 여파로 원래 차원의 역사도 수정되지 않았을까 기대하지 않았나 모르겠습니다. 뭐, 1, 2, 3에서 보호자를 보낸 다른 세계의 저항군이야 제대로 된 기술 파악도 못하고 그냥 과거로 가는 타임머신인가 보다 하고 보냈을 테고. 결론을 말해 맥지는 터미네이터의 열렬한 팬이라고 말한 것치고는 4에 있어 상당히 허술한 허점을 많이 드러내게 했습니다. 조금만 더 설명이라던가 장면을 추가하면 납득이 갈 부분도 있는 것 같아 아쉽군요. 이건 왓치맨을 충실하게 만들어낸 팬보이 잭 스나이더와도 비교가 되고 말입니다. 사족-아, 그리고 맥지도 제가 말한 영화 터미네이터 시리즈가 하나의 현실 라인이라는 제 가설과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을 것입니다. 최근 인터뷰에서 5에서는 존 코너가 저항군을 이끌고 과거의 런던으로 가서 전투를 운운하는 대목하는 부분을 보니... 사족2-그러나 현실은 시궁창. 터미네이터4의 흥행성적은 간신히 본전치기 수준에 지금은 판권도 엉망진창인 상황. 3부작 계약 맺은 크리스찬 베일도 슬슬 발 뺄 조짐을 보이고. 아아, 눈물만 나오는군요. 사족3-물론 1 그 자체는 완벽한 루프 구조를 이루는 직선 구조였고 2까지만 해도 개변의 가능성은 보이지만 여전히 직선 시공간 세계였습니다. 그리고 3에서 다 엉망이 되었지요. 제가 말한 가설이 마음에 들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3와 4를 존재하지 않는 흑역사로 부정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별 도리가 없지요. 사족4-아, 물론 사라 코너 연대기는 제외. 개인적으로 만들어서는 안 될 흑역사 중에 흑역사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정말 그것까지 신경 쓰다가는 머리 아픕니다. 더 엉망이 되어버릴 테고 애초에 보지도 않았습니다. 앞으로 보고 싶지도 않고요.
2009년 10월 01일
무림인들은 긴장한 눈빛으로 그 괴수를 노려볼 뿐이었고 몇몇 용기있는 이들이 화살과 암기를 날려보았지만 허사였다. “대체 뭘 기다리는 걸까요?” 설희가 물어왔지만 그 역시 알 수는 없었다. 다만 무언가가 강렬하게 느껴질 뿐이었다. 김훈은 뭔가 알 수 없는 불길함에 혹시나 하고 안력을 끌어올렸다. “이런...” 그는 알 수 있었다. 괴수의 노란 눈동자 너머로, 붉게 충혈 된 실핏줄 아래 꿈틀대는 증오와 광기를. 그리고 그 모든 감정이 뜨겁게 달아올라 폭발하기 직전이라는 사실 역시 알 수 있었다. 김훈은 괴수가 이제 무슨 짓을 하려고 하는 지 알 수 있었다. “젠장, 모두 피해요!” 그렇게 외친 그는 바로 옆의 백설희를 끌어안고 단번에 50장 이상의 거리를 뛰어넘었다. 거대한 불길이 이 대지의 절반 이상을 단번에 불태워버리고 있었다. “오, 맙소사!” 두 번째 불길이, 좀 전의 것과 비교해도 그 위력이 전혀 떨어지지 않는 노란 불꽃이 마치 살아있는 뱀처럼 꿈틀대며 공기를 가르면서 다가오고 있었다. 그는 대지를 박차고 전신의 힘을 끌어올렸다. 스승은 하늘을 날 때에는 1부터 180까지의 숫자를 마음속으로 항상 세며 주의하라고 당부하셨다. 그 시간이 지나면 더 이상 그는 날 수 없었다. 김훈의 몸은 그 자체가 왠지 모르게 유리처럼 반짝이는 느낌의 주는 붉은 빛으로 빛나면서 하늘로 치솟았다. “설희 소저, 괜찮습니까? 설희 소저!” “저..전 괜찮아요. 그것보다 사람들이....” 아래는 아비규환이었다. 사람들은 용감히 괴수에게 달려들었지만 냉혹한 현실을 깨닫는 데에는 그렇게 긴 시간이 필요하지도 않았다. 김훈은 마교의 교주가 마황파천장이라는 실로 무시무시한 무공을 펼쳐 연속으로 괴수의 배에 공격을 하는 것을, 결국 검은 피를 토하며 경련을 일으키다가 괴수의 불길에 녹아내리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녀와 함께 무림맹에 머물면서 만나고 사귄 사람들이 죽어가는 것도 볼 수 있었다. 이제 남은 수는 겨우 100 남짓. 그는 어떻게든 몇몇 이들을 구하기 위해 하강하면서 속도를 냈다. 혼란에 빠져 무질서하게 내던져지는 칼과 화살, 그리고 암기들이 그의 앞을 가로막았다. 김훈의 허리에서 날씬한 도신을 자랑하는 도가 뽑혀져 나왔다. 신비로운 푸른빛이 아름답게 빛을 발하면서 심상치 않은 차가운 예기를 드러내는 것이 평범한 칼은 분명 아니었다. 도에서 느껴지는 예기는 점차 강렬해지기 시작했고 희마하게 보이던 기운의 실체는 점차 선명한 붉은 빛을 띠며 그 형태를 드러냈다. “젠장!” 눈앞을 가로막고 그와 설희를 위협하는 위험한 병장기를 칼로 쳐내고 있었지만 부족한 감이 역력했다. 그는 잠시 고민하다가 이를 악물고 힘의 일부를 두 눈에 집중시켰다. 김훈의 두 눈동자가 붉게 빛을 발하기 시작하더니 붉은 빛을 길게 쏘아 냈다. 붉은 안광에서 뻗어나간 그 빛의 집합체는 온갖 병장기에 정확히 맞아들면서 녹여버리거나 가벼운 폭발을 일으켰다. 제대로 된 상황이었다면 사람들이 보고 감탄했겠지만 그럴 상황이 아니었다. 이제 남은 수는 겨우 50 정도였다. “크윽!” 백설희가 걱정스러운 눈으로 입에서 피를 흘리는 김훈을 쳐다보았다. 결국 두 눈에서 힘을 발출한 것이 비행에 있어 심각한 저하를 일으킨 것이 분명했다. 그는 몸이 무거워짐을 느낄 수 있었다. 김훈은 후회했다. 바로 곁의 그녀를 제외하고 그는 아무도 구할 수 없었다. 이럴 줄 알았더라면 이렇게 시간을 허비하지 않고 그녀를 잡은 시점에서, 괴수가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위력의 불길을 이렇게 거칠게 쏟아내며 모두를 패배로 몰고 간 시점에서 전력으로 여기서 벗어났어야만 했다. 김훈은 최대한 괴수로부터 멀리 떨어지려고 노력했다. 팔과 다리가, 그리고 몸이 제대로 말을 듣지 않고 있었다. “젠장!” 죽지는 않겠지만 잘못하면 반신불수가 될 수도 있는 애매한 높이에서의 급격한 추락이었다. 그리고 바로 옆에는 그가 사랑하는 그녀가 자신을 믿고 몸을 맡기고 있었다. 김훈은 땅과 시야가 가까워진 순간 다급히 몸을 날려 기묘한 자세를 취했다. 충격을 최대한으로 완화하면서 거칠게 굴러가던 그는 안정이 되자마자 굳은 얼굴로 백설희의 안위를 제일 먼저 살펴보았다. 그녀는 걱정 말라는 얼굴로 처음 만날 때 김훈을 한눈에 반하게 만든 그 웃음과 함께 그를 반겨주었다. 4만 명이 2만 명으로, 그리고 2만 명은 3천명으로 줄어들었다. 3천 명이 600여명 남짓한 인원으로 변해버린 것도 금방이었다. 괴수는 무림인들의 중심에서 무차별적으로 휘저어대고 있었다. 당문이 뿌렸지만 단지 괴수의 움직임을 조금 더 둔하게 만들어준 것뿐인 무림 역사상 최고이자 최악, 최강의 절대 독인 칠선독이 공기 중으로 퍼져나가고 있었다. 괴수의 몸 곳곳에 남아있는 칠선독은 어느새 무림인들 전체를 중독시켰다. “컥!” 누군가가 피를 토하는 것을 시작으로 칠선독은 그 위력을 발휘하고 있었다. 바로 옆에서 멀쩡하던 사람이 피를 토하며 혈수로 변해버렸고 무공이 어중간하거나 그 의지 하나만은 대단한 사람은 더욱더 고통스럽게 몸부림치며 기괴하게 녹아내리며 쓰러졌다. 그렇다고 칠선독이 모두를 죽음으로 몰고 간 것은 아니었다. 말 그대로 미완성인 독이었다. 독의 발동은 지극히 불규칙적으로 이루어졌다. 무공이 무림맹주와 동급이거나 조금 떨어져도 초절정급인 무림인들은 어떻게든 살아날 수 있었다. 일반의 무림인들은 대부분의 경우 죽음을 면치 못했지만 칠선독의 불완전함, 혹은 그 변덕으로 운 좋게 살아남기도 했다. 그러나 칠선독에서 살아남은 생존자들은 전혀 온전한 상태는 분명 아니었다. 당혁기가 손수 칠선독을 터뜨려 죽을 때까지 결코 알 수 없었던 칠선독의 부가적 효능이 있었다. 칠선독은 독에 중독된 이의 정신 구조를 변질시켰던 것이다. “으아아아아!” 김훈은 피를 토해내며 하늘을 보고 고함을 내질렀다. 그는 살아있었지만 백설희는 죽었다. 고통에 몸부림쳤다. 그는 필사적으로 자신의 힘을 그녀에게 주입시켜주었다. 차도가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고통을 줄여주는 것이 전부였다. 그녀는 미소와 함께 도무지 멈출 것 같지 않은 피를 계속 토해내면서 무언가를 말했다. 그 입술의 움직임을 읽어낼 수는 없었다. 김훈은 그녀를 어떻게든 살리기 위해 자신의 힘을 그녀의 단전으로 쏟아 붓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의 노력 때문인지 마지막에는 부드러운 미소를 입가에 머금은 그녀는 한 줌의 혈수로 변하지 않고 온전한 자신의 육체를 남긴 채로 세상을 하직했다. 한동안 백설희의 죽음이란 끔찍한 사실을 도저히 믿지 않고 절망적인 심정으로 그녀를 살려내보려 했다. 그리고 지금 깨달았다. 이제 그녀는 없다. 그녀는 죽었다. “으아아아아아!” 지금까지 그 자신의 힘을 억제하던 피가 입으로 솟구치면서 전신에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붉은 빛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백설희의 죽음으로 김훈은 이성을 잃었다. 그리고 그 이성이 무너지면서 김훈 안에 존재하던 힘 역시 폭주하고 있었다. 아니 폭주가 아니었다. 힘은 아직도 만족스럽지 않는 것처럼 자신의 색채를 계속 환하게, 그리고 더욱더 선명하명서도 아름답게 밝히고 있었다. “크악!” “우아악!” 음속을 돌파하는 거친 소음과 함께 충격파가 김훈이 존재하던 주변인들을 뒤흔들었다.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속도로 하늘로 치솟은 그 충격파에 아무리 독에 휘말렸다고는 해도 이름 있는 무림인들이 피를 토하며 나뒹굴고 있었다. “크흐흐....” 그는 속도를 늦추지 않았다. 푸른 하늘이 점차 검게 변하고 주변의 온도가 급격히 냉각되면서 공기가 사라져감에도 그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크아아아!” 대기권을 돌파한 김훈은 광활한 우주 공간을 활공하기 시작했다. 모든 빛을 흡수하는 그 칠흑의 공간에서 붉은 빛이 그 어떤 별의 흔적보다 화려하게 타오르고 있었다. 김훈 안의 힘은 기뻐하고 있었다. 우주에서 느껴지는 이 모든 감각은 그 힘으로 하여금 지금까지 경험해온 그 모든 시공 궤적과 이제 다시는 갈 수 없을 것 같은 저 은하계 저편의 고향에 대한 추억을 상기시켰던 것이다. 김훈의 눈동자가 붉게 빛나고 있었다. 잠시나마 전자기적 의식 패턴으로 그를 지배하려던 힘은 곧 자신보다 상위의 자리에 있는 김훈의 의식에 굴복당하면서 급격히 그 의지를 상실하고 있었다. “크아아아!” 김훈은 푸른 행성의 어느 지점을 노려보며 몸을 돌렸다. 공포에 질린 멍청이들이 보였다. 원수가 보였다. 괴수가 보였다. 그리고 자신이 사랑했던 한 여인의 시신이 보였다. 김훈의 두 눈에서 그 이전의 것들과 비교를 하는 것이 오히려 모욕일 것만 같은 붉은 빛이 뿜어져 나왔다. 그 빛은 그대로 괴수의 머리를 꿰뚫었고 머리 전체를 뒤흔드는 핏빛 폭발과 함께 괴수가 비틀대고 있었다. 머리 윗부분이 날아간 녀석이었지만 아직도 부족했다. 김훈은 붉은 빛에 완전히 휩싸인 도를 꺼내들었다. 두 눈으로는 여전히 빛을 미친 듯이 쏴대고 있었다. 괴수는 여전히 죽지 않은 채 피로 뒤범벅이 된 턱을 벌리고 불길을 뿜어대고 있었다. 붉은 잔상을 남기며 피해낸 김훈은 괴수의 머리 바로 위에 정지한 채 칼을 아래로 겨누었다. 괴수가 움직였지만 그가 더 빨랐다. “으아아아아아!” 두 눈이 붉게 빛나면서 다시 한 번 붉은 색채로 이루어진 치명적 빛의 무기를 발산해대고 있었다. 그는 넘실대는 도강의 끝부분을 머리에 쑤셔 박는 것을 시작으로 괴수의 몸 안으로 돌진해나가고 있었다. 노인은 수련을 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자신을 도인이라고 불렀다. 그렇게 틀린 말은 아니었다. 그리고 노인은 어두운 하늘을 절반으로 가르는 것처럼 떨어지고 있는 붉은 유성의 빛을 볼 수 있었다. 일반인들은 일반 유성과 그 차이를 분간해낼 수 없었겠지만 노인은 알 수 있었다. 그 안에 풍겨 나오는 심상치 않은 기운을. 자연에 퍼져 있는 기와 닮았으면서도 너무나 이질적인 그 힘을. 심상치 않은 일이라 단정 지으며 급히 그 유성이 떨어진 장소로 향하던 노인은 그 장소와 멀리 떨어지지 않은 마을에서 강렬한 힘을 느낄 수 있었다. 한 소년이 붉은 빛에 휩싸인 채 고통스러워하고 있었다. 노인은 그 소년을 일단 구하기로 마음먹었다. 어린 호기심에 구덩이 안의 붉은 결정을 만졌던 때가 기억의 잔향처럼 떠올랐다가 사라졌다. 괴수의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도에 실린 힘과 두 눈에 집중해 쏘아댄 붉은 빛으로 돌파해나간 김훈은 방금 전 떠올린 유년 시절 너머의 기억을 아주 잠시 떠올릴 수 있었지만 곧 잊어버렸다. 김훈은 거칠게 숨을 몰아 내쉬며 천천히 허공에서 땅으로 안착했다. 그의 눈동자는 아직도 붉게 빛나고 있었지만 그 시선은 오직 한 곳에 붙잡혀 있었다. “설희 소저....” 그는 비틀거리며 그녀가 있는 곳으로 걸어 나갔다. 김훈의 등 뒤로 무림인들의 탄성과 함께 무언가 터져나가는 불쾌한 핏덩어리의 소음이 들려왔다. 거의 반 토막이 난 괴수는 갈라지는가 싶더니 체내에 침투한 힘의 성질로 폭발해버린 것이다. 김훈은 그러나 그 모든 것에 관심이 없었다. 그는 오직 그녀만을 보고 있을 뿐이었다. “백설희 소저...왜 대답이 없소?” 그는 어색하게 웃고 있었다. 모든 것이 끝났음을 깨달은 사람들이 시끄럽게 떠들면서 또 하나의 혼돈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그들의 눈동자는 욕망에 휩싸인 채 내단을 갈구하며 그 끔찍한 육신의 파편과 흔적 사이로 기꺼이 몸을 던지고 있었다. “내단이다!” “내단을 찾아라!” “크하하!” 어떤 이는 괴수의 살덩어리를 생으로 씹어 삼키고 있었고 어떤 이는 뭔가 내단 비슷한 덩어리만 눈에 보인다 싶으면 주변의 사람들을 미친 듯이 도륙하며 훔치고 있었다. 아직도 하늘에 내리는 핏방울로 뒤범벅인 무림의 이들은 정파와 사파, 세외세력, 마교 할 것 없이 모두 다가 붉은 피로 흠뻑 젖은 채 오직 자신의 추악한 욕망만을 드러내고 있었다. 점차 사라져가는 붉은 빛과 함께 이 현세의 지옥에서 살아있는 이들 중 유일하게 깨끗한 김훈은 모두의 실책으로 죽어 있는 그녀를 조심스럽게 안아들었다. “해동으로 가자. 내 고향 해동국에 가서 같이 살자. 그래, 이 땅은 비록 피로 물들었지만 거기는 아직 안전해. 해동으로 가자. 해동으로...” 김훈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 멀리서 피를 토하며 죽어나가는 이들의 비명과 절규가 들려왔다. 아무래도 괴수의 피와 살에 독이 있었던 모양이다. 아니면 그 누구도 알 수 없는 정체불명의 전염병이 번지는 것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하고는 상관도 없었고 신경 쓰고 싶지도 않았다. 김훈과 백설희의 주변으로 반구형의 붉은 빛 보호막이 나타났다. 그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그녀에게 계속 말을 걸고 있었다. “여기는 더러워졌지만 내 고향은 깨끗해. 해동으로 가자. 보여줄게 너무 많아. 내 고향 해동국에서 같이 사는 거야. 이 지저분한 중원을 떠나 해동으로 가는 거야...” 김훈의 붉은 눈동자는 백설희가 희미하게 미소 짓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는 분명 그녀가 웃었다고, 여전히 살아있다고 추호도 믿어 의심치 않았다. 온기를 전혀 느낄 수 없는 그녀를 꼭 끌어안은 그는 기쁨으로 가득한 얼굴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2009년 10월 01일
남궁세가의 가주는 처음 그 소문을 들었을 때만 해도 과장된 이야기라고만 치부했다. 하지만 직접 보니 소문이 오히려 부족했다. 남궁해산은 가주의 위엄이 묻어나오는 여유로운 웃음을 짓고 있었지만 속은 그렇지 않았다. 정말이지 상상을 초월하는 크기의 생물이 그의 바로 눈앞에서 실존하고 있었다. 남궁세가의 무사들 역시 두려운 모습으로 웅성대고 있었다. ‘맙소사, 이건 일개 나 따위가 처리할 일이 아니다...’ 무림 전부가 나서야 어찌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저 몸만 가지고 날뛴다면 몰라도 저 괴물은 입에서 불까지, 그것도 평범하지 않은 특이한 불길을 뿜어내고 있었다. 그는 이를 악물며 빠르게 발을 움직였다. 처음 그 이야기를 들을 때만 해도 내단에 대해 농을 삼고 유쾌하게 웃어댔다. 일검에 녀석의 목을 베겠다는 이야기가 너무나 쉽게 자신의 입에서 흘러나왔었다. 그러던 것이 이제는 그 망할 놈이 근처까지 접근하고 있다는 급보에 손수 손을 쓰리라 자신 있게 나선 것이 불과 며칠 전이었다. 이럴 줄 알았더라면 녀석의 발을 묶어둘 함정이라도 파둘 것을 정말이지 크나 큰 실책을 저지르고 말았다. “어쩔 수 없다. 이미 이렇게 된 것! 네 놈을 쳐 죽이겠노라!” 내력을 끌어올려 허공으로 도약한 남궁해산은 단번에 그 괴수의 머리 위까지 솟아오르자마자 선명한 빛을 발하는 검기로 들끓는 검을 휘둘렀다. 손잡이를 통해 느껴지는 아찔한 감각과 귀를 통해 선명하게 들려오는 선명한 금속성 소음. 남궁해산은 절망적인 표정과 함께 부러진 검에 시선을 향했다. 금강불괴에 버금가는 육체를 지니고 있었단 말이냐! 그는 내력을 제대로 운용하는 것마저 잊은 채 피를 토하며 추락하기 시작했다. 괴수의 흐릿하고 축축한 눈동자 너머로 꼴사나운 자기 자신의 모습이 비춰지고 있었다. 아름다운 상아와 같이 빛을 발하는 이빨을 보았다고 생각한 순간 남궁해산은 그 누구도 감히 흉내 낼 수 없는 주황빛 불꽃에 적중 당했다. 남궁세가 가주의 죽음! 오대세가의 한 축을 자랑하던 가주가 괴수의 앞을 가로막았다가 흔적도 없이 죽어버린 사건은 무림 전체에 일대 파문을 일으켰다. 더군다나 가주가 죽어 눈이 돌아간 남궁세가의 장로들과 일급 무인들이 한꺼번에 덤벼들었다가 역시나 그대로 전멸해버린 사실 역시 모두에게 충격이었다. 이제 괴수가 가까이 다가온다는 소문이 들려온다 싶으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도시를 버리고 안전한 곳으로 도망가기 시작했다. 구파일방과 같은 이름 있는 문파를 제외한 군소 정파들은 각자 자기 문파의 핵심만을 챙겨 무림 정파의 중심이자 집결체인 하남 무림맹으로 서둘러 이동하고 있었다. 사파들은 이 혼란기에 최대한으로 도시를 재산과 이권을 약탈하며 아슬아슬한 순간에 도망칠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그리고 무림맹. 무림맹은 애초에 그깟 짐승 따위라는 시각으로 우습게보고 있다가 남궁세가의 가주와 장로들이 몰살당하는 것을 계기로 비상 체제에 돌입하고 있었다. 사천 당문의 문주인 당혁기는 아무리 괴수라고 해도 독 앞에는 어쩔 도리가 없을 것이라 확신했다. 안 그래도 괴수가 사천으로 접근하는 기미가 보이자 사천을 통해 하남 무림맹으로 습격해올까 몸이 단 무림맹 측에서는 시급히 당문에 지원 요청을 했다. 괴수의 불길 아래, 그리고 그 거대한 발 아래 짓밟힌 정파가 이미 부지기수였다. 요행히 재산과 핵심만을 챙긴 그들은 무림맹에 의지하고 있었다. 사파들 역시 어느 순간부터 사파 세력의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는 마교 근처로 피난을 해 대세력을 이루고 있었다. “하하하, 아무리 녀석이라 해도 우리 당문이 자랑하는 혈지독과 세해독의 조합 앞에는 피를 토하며 죽을 것이다!” 바로 옆에서 푸근한 인상의 장로 하나가 아쉬운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 당문의 비전 중의 비전인 칠선독만 완성이 되었더라면 그 녀석을 실전 투입해볼 좋은 기회였는데 말입니다. 아쉽군요.” “뭐, 그렇긴 하지만 우리 당문이 수백년의 시간과 제대로 계산도 못할 자금을 퍼부어 만든 팔선독을 겨우 이딴 놈에게 쓸 수는 없는 노릇이지 않은가? 팔선독의 완성은 우리 당문이 단순히 오대세가를 뛰어넘는 것으로 모자라 구파일방마저 뛰어넘는 새로운 영광의 디딤돌이 될 것이야! 하하하!” 저 멀리서 탄성과 함께 고함이 들려왔다. 당혁기는 미소와 함께 두 손을 비비며 중얼거렸다. “드디어 왔나보군! 모든 당문의 이들은 독을 터트릴 준비를 하라!” 제갈세가가 제공한 정교한 진의 핵심 부분에 독탄이 여기저기 배치되기 시작했다. 또한 폭발하면 파공강침이 발산되는 천뢰구도 십여개를 진 외곽에 이미 준비해둔 상태였다. 제 아무리 크기가 상상을 초월하는 대괴수라 할지라도 한낱 생물이었다. 당문이 자랑하는 독과 암기 앞에서는 맥없이 죽어버릴 것이다. 그리고 처음으로 강호 무림을 뒤흔드는 괴수를 보았을 때 당혁기는 감탄을 토해냈다. “정말 크고...위험한 야수로군. 놀라워!” 소문에 20장이 넘는 녀석이라고 들었는데 좀 더 정확히 그 크기를 눈으로 대강 계산해보니 약간 과장된 감이 있었다. 정확히 따지자면 17장 정도의 녀석이었다. 뭐 20장이나 17장이나 그게 그거였지만. “좋아! 터뜨려라!” 괴수가 진 근처까지 접근하자 당혁기가 더 이상은 기다릴 수 없다는 듯이 외쳤고 그것을 신호로 거대한 폭발음과 함께 짙은 색깔의 연기가 치솟아 오르면서 괴수를 뒤덮기 시작했다. 동시에 진이 발동하면서 천뢰구도 연속적으로 폭발했다. 그 광경에 당혁기는 탄성을 발했다. “장관이로군. 만약 독기가 좀 가신다싶으면 녀석의 내단을 내 손수 취하리라.” 착각도 자유였다. 독무가 조금씩 옅어지는 기색과 이제 슬슬 진이 자동으로 소멸할 시점이 되자 해독약을 충분히 복용한 당문의 문도들은 괴수가 쓰러져 죽어있는 모습을 기대하며 아직도 독 안개로 휩싸여있는 진 근처로 향했다. 감이 무척 좋고 또 뜨거운 열기에도 민감한 문도 한 명이 뭔가 이상함을 느낀 순간 노란 불길이 길게 뿜어져나오며 모든 것을 태워버리기 시작했다. 그 어떤 바보가 봐도 화가 났음이 명백한 괴수가 한 번 몸을 털며 상처 하나 없는 몸을 드러내더니 길게 울부짖으며 그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었다. “마...맙소사! 우리 당문의 독을...우리들이 만들어낸 최고의 독을 이겨냈단 말이냐!” 당혁기는 절규했다. 괴수가 천천히 턱을 벌리며 입맛을 다시기 시작했고 너무나 고요해 이상한 기분마저 드는 침묵은 곧 깨져나갔고 당문의 모든 이들이 지금 이 상황을 파악하는 데에는 큰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사..사람 살려!” “불사의 존재다! 저주받은 존재다!” “으아악!” “사...살려줘!” 대지가 거칠게 흔들리고 있었다. 공기가 분노로 진동하고 있었다. 괴수는 무자비한 존재였다. 괴수는 평등하게 모두에게 죽음이라는 공평한 결과물을 선사하고 있었다. 괴수가 무참히 짓밟으며 걸어오는 그 발걸음을 아무도 막을 수 없었다. 녀석은 입을 벌렸고 소문으로만 듣던 노란 불길은 실로 상상을 초월하는 열과 함께 존재하는 모든 것을 화염 아래 녹여버리고 있었다. 당문의 문도들은 살아남기 위해 자신이 가지고 있는 모든 독을, 그리고 알고 있는 모든 암기술을 미친 듯이 휘둘렀다. 천녀산화, 구천현녀, 추혼비접, 그리고 당문의 암기술을 대표하는 만천화우까지. 나올 수 있는 모든 절정의 암기술과 무공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당문이 제대로 사용할 수 있는 최고의 독 두 개의 배합과 십여개의 천뢰구를 이겨낸 괴수였다. 아무리 소나기처럼 전방위에서 쏟아지는 암기라고는 해도 그 크기가 너무나 다른 괴수는 그렇게 당문의 모든 것을 유형적으로, 또 무형적으로 무참히 짓밟고 있었다. “크...크으윽! 한낱 미물 놈에게 우리 대 당문의 아이들이! 커헉!” 너무나 큰 충격을 받은 당혁기는 기혈이 역류하면서 피를 토했다. 입가에 흐르는 검붉은 피를 닦을 생각도 제대로 못하면서 당혁기는 이를 갈며 외쳤다. “네 놈! 감히 우리 당문을 우습게 본 사악한 존재여! 하늘이 너를 보냈다면 우리 당문이 기꺼이 너를 깨부수겠다! 칠선독....그래, 칠선독이다! 크흐흐...” 용케 살아남은 몇몇 장로들이 암기와 독을 뿌리면서 필사적으로 도주로를 개척하고 있었다. 일부 발이 느린 당문의 문도들이 비명을 지르면서 살려달라고 절규하고 있었지만 곧 산 채로 불타면서 고통 속에 죽어가고 있었다. “크흐흑, 모두 후퇴한다! 모두 경공을 전력으로 펼쳐라! 본문에서 최대한으로 중요한 것들을 챙겨서 무림맹으로 후퇴한다! 빌어먹을, 미완성된 칠선독과 비급, 재료들은 무슨 일이 있어도 꼭 챙겨라!” 당문이 독의 절대 경지를 목표로 만들던 독이 바로 칠선독이었다. 이 독을 뿌리면 제 아무리 뛰어난 경지의 신선 일곱 명이 일거에 죽을 것이라 확신한 당문의 선대 문주가 붙인 이름으로 현재 해독약이 없다는 점과 위력 조절 및 독의 제대로 된 제어 방법을 밝히지 못했다는 점이 미완성의 이유 중 하나였다. 하지만 쓸 수는 있었다. 해독약이 없고 또 불완전해 실수로 쓴 당사자가 중독당할 위험이 크기는 했지는 쓸 수는 있었다. 그 사실이 당혁기의 광기에 찬 부르짖음을 가까이 선 듣던 장로의 마음을 불안하게 했다. 무림맹주 태허춘장은 침통하게 신음성을 토해냈다. 당문이 무너졌다는 소식은 가장 빠른 전서구로 당문 자신에 의해 전해졌다. 지금 당문은 서둘러 본문을 버리고 다른 문파들처럼 비참하게 무림맹으로 도망쳐오고 있었던 것이다.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이라는 점은 미완성된 당문의 칠선독을 무림맹에서 완성하여 괴수에게 사용한다면 녀석을 죽일 수 있다고 확신하는 당문 문주의 말 정도였다. 그는 우울한 목소리로 물었다. “다른 문파에서 무언가 선전을 이루었다는 이야기는 없소?” 장로는 헛기침과 함께 대답해주었다. 맹주가 질문을 했으니 아무리 나쁜 소식이라도 대답은 해주어야 예의였고 그 자신의 의무였다. “흠, 그나마 다행히도 무당파와 곤륜파, 화산파와 같은 도가 계열의 문파들은 산 깊숙이 위치한 탓에 무사하다고는 합니다. 다만...그들을 대상으로 장사하는 마을과 도시는 예외 없이 전멸해버렸다고....” “젠장!” 누군가가 급히 전해준 서신을 받아 읽어본 무림맹 군사 제갈천은 분통을 터뜨렸다. “방금...하북팽가가 멸문했다는 소식입니다. 현재 무림맹에 남아있는 팽가의 이들을 제외하면 가주를 포함해 생존자가 전무하다는 보고군요.” 침묵만이 모두를 지배하며 그들은 바닥을 내려다보았다. 제갈천은 입술을 깨물며 맹주에게 제안했다. “맹주님, 아무래도 제가 생각하는 남은 방도는 두 가지 뿐인 것 같습니다. 당문이 시작되었을 때부터 지금까지 수백년동안 심혈을 기울여 만들어온 칠선독과 북해빙궁의 빙정. 이 둘만이 괴수를 처치하는 데 남은 방도일 것 같습니다.” “그...그렇다면?” 맹주가 당황해서 묻자 제갈천이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괴수의 활동 경로와는 꽤 떨어져있어 안심하고 있는 세외세력들. 그 중에서 북해빙궁의 빙정을 무슨 수를 써서든 괴수의 체내로 투입한다면 아마 순식간에 얼어붙어 죽어버릴 겁니다. 검강도 통하지 않는 괴물 같은 괴물을 상대로는 이제는 그 수밖에는 없습니다.” 맹주는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저 콧대높은 북해빙궁이 보물 중의 보물이라 할 수 있는 빙정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무림맹을 휘청거릴 정도의 대가를 지불해야 될 것이다. 자칫하다가는 무림맹의 지위를 빼앗길 수도 있었다. “그...칠선독을 사용하면 안 되는 건가? 아직 미완성이라고는 해도....” “절대 불가입니다. 아직 미완성인 물건을 함부로 썼다가 괴수는 물론이고 저희들마저 독에 중독당해 죽어버리면 어쩌려고 그럽니까? 또 여유롭게 완성되기만을 기다릴 시간은 없습니다!” 맹주는 천장을 한 번 쳐다보더니 크게 한숨을 토해내며 힘겹게 결정을 내렸다. “빙궁주에게....서신을 보내야겠군. 원시천존이시여, 우리 모두를 보살펴주시길....” 김훈이 허공을 재빠르게 움직이면서 붉은 잔상이 여러 개 생겨났다. 분명 빠른 것 같으면서도 그 붉은 잔상이 여럿 남는 것이 왠지 모르게 느릿한 느낌마저 들었다. 하지만 눈으로만 쫓을 수 있을 뿐 아무도 그 움직임을 건드릴 수 없었다. 김훈과 그녀는 그렇게 하늘을 자유롭게 비행하고 있었다. 그의 품에 안겨 있던 백설희가 그 아름다운 미모가 더 빛을 발하는 미소와 함께 감탄했다.
"언제나 하늘을 나는 것은 정말 즐겁군요."
"하하하!"
김훈은 그런 그녀가 좀 더 기뻐하는 것을 보고 싶었다. 무림맹 안에서 그와 그녀는 서로를 알아가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는 지금 이 순간이 너무나 행복했다. “무림맹 녀석들이 급하긴 급한 모양이군.” 마교의 교주인 마혁후는 빙긋 웃으며 비밀리에 접수한 서신의 복사본을 내던졌다. “과연 녀석들이 북해빙궁에 얼마나 넘겨줄지 예측도 안 되는군.” 마혁후의 농에 모든 장로들이 웃었다. 오직 총군사 사마갈희만이 웃지 않은 채 웃음이 잦아들자 곧바로 말했다. “하지만 교주님, 이 괴수는 정말 만만치 않은 존재입니다. 이미 정파 세력의 반 이상을 멸문시켜버린 녀석입니다. 이 괴물을 물리치기 위해 우리도 무림맹을 도와야 됩니다.” 마혁후는 얼굴을 찡그리며 부복하고 있는 총군사를 노려보았다. “이봐, 지금 자네 제정신인가? 혹시 미친 거 아냐?” “교주님, 만약 빙궁의 빙정이 괴수를 죽이지 못한다면 우리들 마교는 무림맹과 연합해 전쟁을 벌여야 합니다. 이 괴수는 우리의 상식을 뛰어넘은 존재이며 오직 사람에 대해 알 수 없는 증오를 가지고 공격해오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괴수는 정과 사를 구분하지 않습니다.” 마혁후는 약간은 심각한 얼굴로 생각을 해보다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우리 총군사가 그렇게 말할 정도면 상황이 꽤 심각한 모양이군. 그럼 좀 더 설명해보도록. 빙궁 녀석들이 실패하면 우리도 나서야 될 수 있으니까.” 북해빙궁주인 북천악은 마치 얼음처럼 반투명한 검신을 자랑하는 검을 멋들어지게 휘두르면서 저 멀리서 접근해오는 괴수를 겨누었다. “으하하하, 내 저 놈의 머리로 궁을 장식하겠노라! 바보 같은 중원 녀석들에게 본때를 보여주마!” 그 위풍당당한 면모에 궁주와 함께 파견 나온 북해빙궁의 정예 무사들이 환호했다. 북천악의 발이 재빠르게 움직이면서 북해빙궁 최고 수준의 경공이 발휘되었다. 마치 얼음 위를 질주하는 것 같은 속도로 발을 떼지 않은 채 달려 나가던 궁주는 괴수가 턱을 벌리면서 자신을 노리자 한 손에 든 빙정을 내던졌다. ‘빙정이야 뭐 또 찾아내면 되겠지. 여유분도 3개는 남아있고.’ 북천악은 빙정이 괴수의 입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확인하는 순간 만족스러운 미소로 괴수로부터 5장 밖의 거리까지 재빨리 벗어났다. “자, 이제 멋들어진 얼음 조각이 되어....어?” 그것이 궁주의 마지막 유언이 되리라고는 감히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눈앞까지 쇄도해오는 새하얀 불길, 아니 설풍을 현세의 마지막 광경으로 본 북천악은 그 새하얀 설풍에 적중당하면서 아주 완벽한 얼음 덩어리로 얼어버렸다. “구...궁주님이...크아아악!” 북해빙궁의 사람들은 궁주가 말 그대로 몸을 바쳐 만든 그 멋진 얼음 조각을 제대로 감상할 틈도 없이 궁주의 배경을 장식하는 얼음 조각이 되어야 했다. 괴수는 이제 입에서 새하얀 불길을 뿜어대며 모든 것을 얼려버리고 있었다. 녀석은 새로 얻은 능력에 아주 만족해하고 있었다. “크어억, 이 멍청한 빙궁 새끼들! 죽이지는 못할망정 도리어 새로 힘을 줘! 크악, 뒷골이!” 맹주는 뒤통수를 부여잡으며 경련했다. 제갈천은 재빨리 맹주의 마음을 진정시킬 이야기를 꺼냈다. “다행히도 마교 녀석들이 우리와 힘을 합쳐 괴수를 없애자고 제안해왔습니다.” 맹주는 잠시 숨을 진정시키고는 의문스러운 눈빛으로 군사를 쳐다보았다. “그 놈들이? 무슨 꿍꿍이지? 혹시 속임수 아닌가!” “아닙니다. 교주가 직접 보내온 겁니다. 녀석들도 무림맹이 무너지면 그 다음은 자신들 차례라는 것을 안 것이지요. 또 천축 무림의 일부에서도 호기심 탓인지는 몰라도 무림맹과 협력해 싸워오겠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맹주는 여전히 신뢰할 수 없었지만 일단 납득하기로 했다. 긍정적으로 생각해보니 이제 모든 것이 괜찮게 흘러갈 것처럼 느껴졌다. “그렇군. 교주 녀석과 나, 그리고 구파일방의 장문인들이 모두 합공을 한다면....제 아무리 괴수 녀석이라고 해도 죽여 버릴 수 있겠지.” “그것만으로도 부족합니다. 중원 무림의 모든 힘을 동원해야겠지요. 절정의 고수는 물론 일류에 속하는 모든 고수를 끌어 모아야 될 겁니다.” 맹주는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군사, 지금 그 망할 놈이 어디까지 와 있지?” “가장 최근에 황보세가와 점창파가 연합해 괴수를 공격했다가 반 수가 전멸 당했다는 보고로 볼 때 지금 현재 괴수의 이동 속도를 종합해 추산하자면 대략 5, 6일이 못 되어 무림맹 근처까지 당도할 것 같습니다.” “쯧, 그나마 다행이군. 마교와의 연합이 결정 나지 않았더라면 자칫 우리들도 다 죽을 그 칠선독에 의지했었을 테니.” 제갈천 역시 그 말에 부정할 수 없었다. “정말 다행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여간 저희 제갈세가 사람들이 기관 지식과 진법 지식을 총동원해 괴수가 무림맹으로 진입할 경로 여기저기에 시간을 끌 함정과 진, 기관을 설치하고 있습니다. 제대로만 된다면 최소한 2일 정도는 좀 더 여유가 있을 것으로 예측됩니다.” 맹주가 은근하게 물어왔다. “혹시...제갈세가 측에서 만든 그 진이나 기관에 걸려 괴수가 죽을 가능성도 있겠지?” 제갈천은 냉정하면서도 단호하게 그 희망을 부정했다. “없다고 단언은 못 하지만 기대는 하지 않으시는 것이 좋습니다. 이미 사천까지 오기도 전에 저희 제갈세가보다는 못 하지만 무시 못 할 능력을 지닌 기관술사와 함정의 대가들이 시도했다가 실패했으니까 말입니다.” 맹주는 입을 다시며 힘없이 중얼거렸다. “나도 아네. 그냥 한 번 물어본 것뿐이야.” 김훈은 최초의 습격에서 백설희를 구출한 날부터 지금까지 계속 그녀의 곁에 있었다. 그는 그녀를 사랑하고 있었다. 그것 하나만은 분명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녀가 자신을 사랑하고 있는지는 아직 몰랐다. 김훈은 그저 그녀의 곁에서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었고 이렇게 같이 있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 이 장소는 불길했다. 여기에는 수만 명이나 되는 무림인들이, 정과 사를 아우르는 무림의 정예들이 집결한 채 공통의 적이자 마물인 괴수를 처단하기 위해 모여 있었다. 김훈의 직감이 말하고 있었다. 여기는 너무 위험하다고. 사실 이 계획 자체를 그녀로부터 전해 들었을 때 그는 필사적으로 그녀를 말렸다. 하지만 허사였다. 생각해보니 괴수를 처단하지 않으면 어디로 도망가든 결국 괴수가 찾아오게 되어 있었다. 위험하긴 해도 괴수를 처단하는 것이 그녀의 말처럼 합리적 판단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김훈은 여전히 뭔가 불안했다. 비수가 자신의 심장을 콕콕 찌르는 것 같은 두려움. 그런 심각한 모습에 백설희가 피식 웃었다. “아직도 걱정이에요? 그럴 필요 없다니까요? 강호 십대 고수에다가 마교의 교주와 맹주님까지! 아무리 괴수라도 멍청한 짐승일 뿐이에요.” “그렇다면 좋겠지만....” 김훈은 혀를 차며 다른 이들처럼 괴수를 기다렸다. 이렇게 된 것 그녀를 최대한으로 지킬 것이라 굳게 다짐하며. “어?” 저 멀리서 누군가가 급히 경공을 펼치며, 그렇게 정상적이지 않은 모습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그는 몰랐지만 맹주는 알아차릴 수 있었다. 저 사내가 당문에 소속된 이임을. 맹주는 입술을 깨물며 현재 이 자리에 없는 당문의 문주가 무언가 일을 저질렀음을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사내는 피를 토하며, 그리고 경련하며 씹어 내뱉듯이 말을 간신히 토해냈다. “무...문주님이..커허어억...칠..칠선독을 사...크어억!” 그걸로 끝이었다. 얼굴의 구멍이란 구멍에선 피를 쏟아내며 바닥에 쓰러진 그 불운한 사내는 한 줌의 혈수로 녹아버린 것이다. 누군가가 희망에 찬 목소리로 물었다. “다...당문이 칠선독이라는 금단의 독을 썼다면...그렇다면 괴수는 죽었나?”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은 인간이 아닌 다른 누군가가, 언급된 괴수 당사자가 듣는 이를 모두 절망에 빠뜨리는 깊은 울부짖음으로 대신해주었다. 모두의 시선이 거대한 그림자를 드리우며 천천히 다가오는 그 존재로 향했다. “모든 무림인들이여! 정신을 바짝 차리고 괴수를 제압하는데에 총력을 기울여라!” 그렇게 외친 맹주였지만 한 가지 불안한 가능성이 계속 그의 마음 한 구석에 걸렸다. 만약 당문의 칠선독이 괴수를 상대로 사용되었다면 그 독기는 괴수 주변에 남아 있다는 것인가 하는 너무나 신경 쓰이고 두려운 가능성이. 괴수는 마치 비명과 비슷한 소리를 질러대며 보는 것만으로도 숨이 막힐 것 같은 갈고리 손톱을 번뜩이며 천천히 걸어오고 있었다. 불쾌한 질감이 물씬 풍겨나는 갈색 빛 비늘과 잘 다듬어진 창처럼 예기를 발하는 이빨이 모든 이들에게 각인되고 있었다. 괴수의 턱이 크게 벌어지면서 낯선 느낌의 콧구멍이 벌름거리기 시작했고 갈라진 혀가 붉게 번뜩이며 살아있는 것처럼 움직이고 있었다. 인간에 대한 알 수 없는 적의와 증오로 가득 찬 노란 눈이 세로로 찢어진 채 모두를 노리고 있었다. 날카롭게 번쩍거리는 이빨이 한 줄로 늘어선 채 은빛을 발하고 있었다. 숨을 한껏 들이마시면서 자신의 앞을 가로막은 건물형 방어 구조물과 함정을 겨냥한 녀석의 목구멍 너머로 노란 불길이 터져 나오며 모든 것을 불태우고, 또 녹여버리고 있었다. 괴수는 그 모든 것을 잿더미로 만드는 것도 성치 않는 듯 그 잔해마저 발로 짓밟으며 인간이 남긴 모든 것을 무로 돌려버리고 있었다. 괴수는 다시 시선을 돌렸고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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